알몸의 사진가, 몸의 마법을 찍는다 / Arno Rafael Minkkinen

# 인간의 몸, 자연 속에서 예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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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로 향한 나무 복도. 그 끝에 무언가가 있다.
괴물? 거북이? 마치 육지로 달려드는 듯한 저 외계 생물체같은 것은 뭘까.

자세히 보면 뭔지 알게 된다. 다름 아닌 인간의 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각도로 우리 몸을 보게 될 때, 몸은 낯선 무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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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또 뭔가. 섬인가, 아니면 바닷생물인가.
자세히 보면 역시 사람 몸뚱아리. 자연과 몸이 하나가 된 모습이 그 자체로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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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하나가 된 인간의 모습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수 밖에 없으며, 그 자체로 인간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종종 잊는다.

아르노 라파엘 민키넨은 우리가 잊고 사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진으로 보여줘온 작가다. 
그의 사진은 늘 자연과 인간의 기묘한 결합을 포착한다. 사진 속 인간은 주로 민키넨 자신이고, 때로는 모델이, 아니면 아내와 자식이 들어가기도 한다. 30년 넘게 그는 이 주제의식 하나만을 집요하게 찍어왔다.

그리고, 그의 사진에는 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 물은 어머니 자궁속의 양수처럼 모든 것을 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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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을 처음 보면 다중노출이나 합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연을 찍는 사진가이고, 그래서 자연 속에서 벌어진 상황 그대로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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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들어가 원하는 포즈를 잡은 다음에는 아마도 수면이 거울처럼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의 사진들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그렇게 숨을 고르고 기다리며 꿈꾼 것들이 이뤄지는 긴 시간의 작업이고, 그래서 단순한 풍경 이상의 그 어떤 느낌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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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알몸이 되어 자연의 일부가 되는, 때로는 충돌하는 듯한 이미지로 구현되는, 인간의 몸은 때로는 정말 기묘해진다. 일부만 남은 몸, 각도가 달라진 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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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라파엘 민키넨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 북유럽 출신이다. 
핀란드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민키넨은 원래 사진이 전공은 아니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글쟁이를 꿈꿨고, 광고계에 들어갔다. 자기만의 독창적인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그는 글쓰기의 꿈을 접는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볼 장르로 선택한 것이 사진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광고계에서 일할 때 클라이언트가 필름 카메라 시절의 카메라 명가 `미놀타’였던 점이다. 
미놀타의 광고 카피를 쓸 때 그는 “당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카메라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는 글을 썼다고 한다. 이 말을 자주 쓰면서 그는 자신도 그런 사진을 찍고 싶어졌고, 그래서 사진이란 영역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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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그는 자기를 직접 찍는 셀프 초상 사진을 시작했다. 스스로 뷰파인더를 보고 피사체를 찍는 사진작업에서 자기를 찍으려면 뷰파인더를 볼 수 없게 된다. 노출 역시 불확실해진다. 그는 사진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이 흥미로운 과정에 `꽂혔다’. 이후 그는 자기가 모델이 되는 사진을 자기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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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어떤가.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다. 몸의 일부만 잘라내어 찍어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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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도 사진 찍을 때 자주 하는 착시를 이용한 장난질을 예술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사진들은 묘한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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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저렇게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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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선 이렇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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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런 것도.

그러나 역시 그의 진면목은 자연과 몸이 새로운 이미지로 하나가 되는 초현실적인 사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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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키넨에서 인간의 신체는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조형,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기념물, 새로운 자연이 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의 몸을 얼마나 많이 뜯어봤을까?
몸이란 것이 보기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 우리는 그의 사진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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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키넨은 자기의 신제가 자연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육체는 곧 자연이다. 그게 내 신조이며 신앙이다. …(중략) 우리 자신이 자연세계의 일부임을 좀 더 분명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음이란 것도 덜 충격적일 것이다.”
흑백 사진속 오브제가 된 인간의 몸은, 언뜻 생명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공존, 그것도 그 특유의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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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 주의 절벽에서 찍은 저 사진은 민키넨판 `결정적 순간’처럼 보인다. 현실이자 현실이 아닌,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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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이란 얼마나 약한가. 그리고 얼마나 잘 속는가. 또한 얼마나 독특한가. 보이는대로 믿지만, 믿는대로 보는 것. 인간의 눈은 그래서 다중적이고, 사진은 이런 인간의 눈을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것을 밍키넨은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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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퀴즈 같은 작품들, 언제 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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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이기에 그의 사진은 가능하다. 무채색은 정말 마법 같은 것. 크기 감각이 사라지면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밍키넨은 화가 브라크의 말에 용기를 얻어 새로운 예술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를 움직인 그 말은 “한계를 넘으면 새로운 형상이 떠오른다”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실제 모든 것을 던져 시도하는 예술가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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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누구나 해본 듯한 포즈. 그걸 찍는 데도 민키넨이 찍으면 달라진다. 그래서 사진가이겠지만.
예술이란, 늘 `새롭게 보기’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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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향하는, 또는 솟아나는 신체 일부의 이미지는 그가 애용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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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은 진실과 왜곡에 대해 묻는 작업일 수도 있다. 
저 이미지는 과연 사실인가 아닌가. 사실이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다큐 사진가라 정의한다. 실제 유명한 사진들이 진실처럼 보이지만 거짓인 경우가 많다. 그는 자기 사진이 다큐의 궁극적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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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키넨은 정말 흥미로운 작가다. 사진이란 얼마나 독특한 장르이며, 왜 회화와 다른지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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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숨은 그림 찾기 하나 더. 날씬한 사람만 가능한 포즈.

# 민키넨의 작품, 이제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상상 전’은 정말 쟁쟁한 사진가들이 총출동한 사진전이다. 그 중에서도 민키넨의 사진만큼 눈길 가는 사진도 없을 것이다. 
그의 이 대표작, 언제 봐도 놀랍다. 


16_Self-portrait with Maija-Kaarina, Sysma, Finland, 1992  ⓒArno Rafael Minkkinen.jpg

언제나 그렇듯,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 신체의 일부는 바로 민키넨이다. 저 사진속 백조 머리처럼 솟아오른 팔이 민키넨의 팔이다. 

`환상적’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 새로운, 처음 보는 것은 환상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잘 아는, 익숙한 것들이 어딘가 달라졌을 때 더 큰 시각적 충격을 받는다. 상상력이란 그래서 역설적이다. 민키넨은 그른 환상성, 상상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17_1.1.2000 Fosters Pond Millennium, Fosters Pond, 2000  ⓒArno Rafael Minkkinen.jpg

많은 상상을 부르는 작품이다. 코끼리가 걸어오는 듯, 또는 스타워즈의 네발 달린 거대 공격괴수같기도 하다.

 지구상상전 (http://jigusangsang.co.kr/)은 자연과 환경, 인간과 지구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전시회다. 환경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이 사진전은 우리가 지켜야할 환경이 얼마나 취약하며, 그러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당대의 사진작품들을 골랐다. 위의 저 두 사진을 비롯 다양한 작가들의 걸작 사진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찍어온 민키넨의 사진은 이번 전시회의 취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 말은 정말 통찰력과 본질적인 의미를 잘 함축하고 있다. 
“우주의 대성당이 이곳 지구에 있다. 우리는 바위와 나무, 하늘과 물의 한 부분이며, 흘러간 시간 속에 주어졌던 원시 풍경의 일부이다.”
원시풍경, 그는 이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30여년째 저런 사진을 찍어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시적이며 현대적이고, 자연적이며 환상적이고, 죽음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생명의 약동도 함께 담은 그의 사진들, 조금 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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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 그대로, 우리는 곧 자연이고, 우리 몸도 자연이다. 
그 사실을 올 여름 지구상상전에서 확인해보시길. 전시는 8월10일까지 열린다.

by 구본준  http://blog.hani.co.kr/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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