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은 걷는여행, 무념무상의 여행.

최근에 2박3일로 통영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혼자떠나는 여행이었다. 전날 결정해서 다음날 아침에 갑작스럽게 떠났다. 혼자다니는 걸 그렇게 즐긴다 하면서도 혼자 떠났던 여행을 몇번 안되는 것 같다. (물론 혼자 다닌적은 무척 많지만, 여행의 의미를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1박이라는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왜 통영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전에 한번 가볼까 생각만 했던 곳이었는데 불현듯 ‘떠나고싶다=그럼 가자!’ 라고 통했던 것같다. 내가 떠나고 싶었던 여러 현실적인 상황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제쳐두고 백수이기때문에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딱 한가지 생각한 것이 있다면, 나에게 혼자떠나는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것이다.

나의 여행은 걷는 여행이자, 무념무상의 여행이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땀이 나는 것을 즐기지는 않지만, 땀이 난들 여행하러왔는데 밤에 들어가 씻고자면 그만이니까.

나는 여행지로 가는 버스안에서 가고싶은 곳 몇군데와 위치파악을 끝내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는 걷는 여행을 시작한다. 걸었던 곳을 다시 되돌가서 다른 길로 나오기도 하고, 길가에 있는 상점마다 다 들어가서 구경하기도 하고, 밤에는 그곳 토박이처럼 슬리퍼를 끌고 나와서 길가를 어슬렁 거리기도하는 그렇게 걸으면서 혼자이기에 느낄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다. 누가 옆에 있다면 이렇게 개념없이 걸을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이 최고조는 연화도에서의 트래킹이었다. 한낮의 땡볕아래 왕복 3시간짜리 산길 트랙킹은 나의 체력을 거의 바닥으로 만들었다. 연화도를 찾는 모든 사람의 목적지이자 트레킹코스의 반환점인 출렁다리를 찍고 돌아오며 나는 땀을 이렇게 흘려본적이 있나하는 생각과 여기서 쓰러지면 아무도 날 구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살아돌아왔다. 그리고 내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동시에 반대로 마음은 상쾌해지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고민은 생각해 내려해도 나지않고, 저 멀리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처럼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거 같았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현실로 돌아왔다. 1박 2일임에도 이것저것 챙긴 짐에 여행 갔다왔다는 인사치례로 산 통영꿀빵이 내손에 들려있을땐 출발할때 품었던 여행에 대한 설레임은 잊은지 오래요, 거기다 터미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는 퇴근길 직장인들로 인산인해에 굵은 빗방울을 자랑하며 내리는 비까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방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급하게 여행간다고 여기저기뒤진 서랍들이 나를 반기고, 통영에서 생각해내려해도 생각나지않은 문제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떠올랐다.

이렇듯 혹자는 그래서 여행을 해서 해결되는게 뭐냐 물을수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되받아쳐주고 싶다.

뭔 생각을 여행지까지 와서 해?

여행을 갔다왔다고 해서 현실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현실을 떠나면 내 주변의 일들은 심리적으로 멀어지고 남의 일인양 잊어버리게 된다. 골치덩어지 문제사이에서 나에게 잠시동안의 자유를 주는 거다. 다시 시작할 힘과 함께.

이번 여행에서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보왔다. 미륵사지 편백나무 숲길 끝에서 보왔던 한려수도. 머리가 나빠서 사진으로보아야 그 감동이 되살아 날까말까 하지만, 이번 통영여행을 한장의 사진으로 남긴다면 그곳의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날 아무생각도 못하게 봉인해버린 그곳. 한려수도.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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